약물이 신장으로 배설되는 과정 살펴보기
우리 몸에 흡수되어 대사된 약물은 배설에 의해서 없어지게 된다. 신장, 담즙, 소화관, 타액선 등에 의해 배설되게 되는데, 주요 장기는 신장과 간이다. 간에서는 대사의 주요 장기이지만 배설에도 큰 역할을 한다. 신장은 몸의 노폐물과 대사 물질을 제거하고, 필수 물질을 재흡수하며 물과 전해질의 배설을 조절해서 체액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약물이 흡수된 후 대부분 신장으로 이동하여 배설되게 된다. 신장과 간 외의 다른 장기는 배설되는 양은 크지 않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관심을 가질만하다. 예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내뱉는 숨으로 측정 가능하며, 법의학에서는 약물을 측정할 때 모발이나 땀 등으로도 채취하고, 유즙으로 약물이 전달되기 때문에 수유부는 약물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이제 약물이 제일 많이 배설되는 신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약물은 신장의 최소 단위인, 신소체부터 집합요세관을 이르는 부분인 네프론을 통해서 배설된다. 우선 신장은 복강 뒤쪽에 좌우 1개씩 위치하고, 300g밖에 안되지만 신혈류량은 심박출량의 약 25%로 꽤나 많은 편이다. 신장은 많은 혈관과 사구체, Bowman 주머니가 있는 피질과, 세뇨관과 집합관으로 구성된 수질로 구분된다. 사구체와 bowman 주머니는 신소체라고 칭하며, 요세관은 모양과 기능에 따라서 근위세뇨관, 세뇨세관, 원위세뇨관, 집합관으로 나뉜다. 먼저 사구체에는 모세혈관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혈장의 약 19%가 여과되어 네프론으로 들어온다. 이로 인해 신기능의 지표 중 하나인 GFR (glomerular filtration rate; 사구체 여과속도)이 계산될 수 있다. 사구체에서 여과의 기전은 모세관 기저막의 소공에 압력이 가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혈장 단백질이나 혈장 단백질과 결합된 약물은 여과되지 않지만 소공을 통과하는 저분자 약물은 여과된다. 현재는 기저막의 전하 상태가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근위세뇨관에서는 사구체에서 여과된 여과액 중에서 필수 성분은 재흡수하며, 소실되어야 하는 약물은 분비하는 작용이 일어난다. 그다음 Henle's loop의 하행각에서는 물이 더 잘 투과되고, 상행각에서는 물보다는 Na+ Cl-의 투과성이 높으며, 둘의 작용으로 소변이 농축된다. 보통 네프론의 사구체에서 분자량 66000 이하인 수용성 약물이 혈장 단백질과 결합되지 않은 전제 하에 배설될 수 있으며, 따라서 이런 약물은 혈장 단백질과의 결합률이 배설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근위세뇨관에서는 수송단백질로 약물이 배설되기 때문에, 일정 혈중 농도 이상이 되면 포화된다. 같은 수송단백질로 배설되는 서로 다른 약물이 동시에 혈중에 존재할 때는 배설이 저해받을 수 있다. 수송 단백질은 cimetidine 같은 양이온성 약물이 투과되는 유기 양이온 수송계와 유기산이 주를 이루는 유기 음이온 수송계로 나뉜다. 유기 양이온 수송계에 의해 분비되는 약물은 atropine, cimetidine, morphine, neostigmine 등이 있으며, 유기 음이온 수송계로 분비되는 약물은 cepharlosporin계 항생제, chlorothiazide, furosemide, methotrexate 등이 있다.
이렇게 여과되거나 분비된 약물은 pH-분배가설에 의한 수동 수송에 의해서 원위세뇨관에서 재흡수될 수 있다. 따라서 약물의 지용성이나 요량, 요의 pH 등이 재흡수에 영향을 미친다. 비해리형의 지용성 약물은 잘 투과되어 재흡수되기 쉽지만 그 반대는 재흡수가 잘 안 되고 배설되기가 쉽다. 또 소변의 pH는 보통 6.3-6.6이지만 산성에 가까워지면 약염기성 약물은 배설되기가 쉽다. 산성 약물은 salicylic acid, nitrofurantoin, phenobarbital 등이 있고, 염기성 약물은 ephedrine, imipramine 등이 있다.
능동 수송에 의해 재흡수되는 약물도 있다. 보통 양성 이온형의 β-lactam계 항생제는 디펩티드 수송계로 재흡수된다.
신 클리어런스
신기능과 약물의 배설을 지표로 나타낸 것으로, 신장이 약물을 제거하는 능력을 뜻한다. 소변 중의 약물 농도와 1분 간 의 소변량을 곱한 것에 혈장 중의 약물 농도로 나눈 것이다. 약물의 클리어런스는 inulin, creatinine과 비교한다. Creatinine과 inulin은 요세관에서 재흡수와 분비가 일어나지 않고 사구체로만 여과되어 배설되는 대표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사구체 여과속도 (GFR)이 바로 신 클리어런스와 같다. 따라서 이것과 다른 약물의 신 클리어런스의 비를 구하여 Clearance ratio, CR이라고 하고, 이로 약물이 어떻게 배설되는지 추측할 수 있다. CR이 1일 경우 약물은 inulin이나 creatinine과 똑같이 사구체로 여과만 된다는 것을 뜻하고, 1보다 작을 경우는 배설 외에 재흡수도 된다는 뜻이며, 1보다 클 경우는 사구체로 여과되며 요세관에서 분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장에 질환이 있으면 신 클리어런스가 변한다. 특히 사구체 신염인 경우는 사구체 여과속도가 저하되지만 재흡수나 분비는 정상이기 때문에 약물의 신 클리어런스는 많이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부전 환자는 사구체 여과, 분비, 재흡수 모두 저하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약물이 거의 배설되지 않는다.
신장은 약물이 배설되는 주요 장기이기 때문에 약물에 의한 독성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 주로 cisplatin, methotrexate 등의 항암제나 일부 항생제가 주로 독성을 야기하는 약물이다. Cisplatin은 용량이 증가할수록 신독성이 커지지만, 소변량이 증가할수록 신독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cisplatin을 투여하기 전에 충분한 수액을 투여하는 것이 권장된다. 마찬가지로 methotrexate도 용량이 커질수록 신독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항생제 중 aminoglycoside계 항생제는 다른 장기에서 대사되지 않고 신장으로 배설되며 그중에서 약 6% 정도가 재흡수되는데, 재흡수되는 근위세뇨관에 독성을 야기할 수 있다. 계속 축적되어 진행되면 결국에는 사구체 여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성이 큰 순서로 나열하자면, neomycin, gentamicin, tobramicin, amikacin, kanamyci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