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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생을 위한 약동학

약물은 어떻게 흡수되는 걸까? - 세포막 투과

by 이양이 2021. 11. 16.

사람에게 약은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된 지 오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을 먹을 때 별다른 의문 없이 증상에 따라, 또는 처방받은 대로 약을 먹을 것이다. 하지만 약물은 어떻게 하여 우리 몸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걸까?


약물의 흡수

약물은 위장, 소장, 대장 등의 소화기관에서 각막과 피부에 이르기까지 몸의 여러 부위에서 흡수된다. '흡수(absorption)'는 물질이 투여 부위로부터, 전신 순환하는 혈관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흡수를 주로 행하는 조직은 상피조직 (epithelial cell)이다.



약물의 세포막 투과

약물이 흡수되기 위해서는 세포막을 투과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세포막에 대해 알아보겠다. 우선 세포막은 단백질, 지질이중층과 당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비율은 세포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또 세포막은 지질 이중층 사이사이에 막 단백질이 끼여 있는 유동성 모자이크 모델로 설명된다. 유동성이란 말은, 체온에서 지질 이중층이 유동성을 갖고 있어 막에 있는 단백질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포막에는 세공이 산재해서 물 분자가 자유롭게 투과될 수 있다. 약물의 흡수가 주로 행해지는 상피세포는 인접한 세포들과 밀착결합, 유간급결합으로 서로 밀착되어 있다. 특히나 흡수가 제일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소장의 흡수세포에는 미세 융모라고 하는 미세한 세포질 돌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비대칭적인 모양이 되기 때문에 세포 전체적으로 방향성을 갖는 수송기능이 생기게 된다. 점막측(세포질 돌기 쪽)에서 평평한 측저막측으로의 수송을 흡수, 그 반대의 경우 분비라고 한다.

약물은 주로 5개 경로를 통해 흡수된다. 세포간극을 통한 수동 확산, P-glycoprotein을 이용한 방출(efflux), 수송체(transporter)를 통한 능동 수송, 그리고 수동 확산, 촉진된 확산이다. 분자량이 약 600 dalton 이하이며 지용성을 띠는 약물은 주로 세포를 투과하는 경로로 흡수되며, 분자량이 작고 수용성인 약물은 주로 세포간극을 통해 흡수된다. 지금까지 임상적으로 많이 쓰이는 약물은 대부분 분자량이 300-400 dalton 정도이며, 이 정도 분자량은 위장 상피막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투과할 수 있다.



수동 수송

세포가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약물이 투과되는 방식은 수동 수송이다. 막의 양측에 있는 각종 물질의 농도차에 의해 자연적으로 투과가 일어나게 된다. 세포에서의 수동 수송은 수송 매개체를 이용하느냐 이용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크게 단순 확산 (simple diffusion)과 촉진 확산 (facilitated diffusion)으로 나뉜다. 단순확산은 약물이 수송 매개체를 이용하지 않고 투과하는 것인데, 일반적의 약물의 흡수 기전은 이 단순 확산에 속한다. 단순확산의 가장 큰 특징은, 확산 과정 즉 약물의 투과가 세포의 대사와 관련이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대사 저해제의 영향에서 벗어난다. 또 약물의 투과속도는 농도와 무관하다.
촉진 확산은 단순 확산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수송 매개체를 이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다른 점이다. 수송 매개체로 세포막을 투과하기 때문에, 유사한 구조가 있다면 포화현상이 관찰될 수 있다. 주로 골격근, 심근 등에서 아미노산, 단당류의 흡수에 이용된다.



능동 수송

물질의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자연적으로 이동하는 수동 수송과는 달리, 능동 수송은 에너지를 이용하여 농도 차이를 극복해서 물질이 이동하는 방식이다. 보통 소장에서 단당류나 아미노산을 흡수할 때, 비타민, 호르몬이나 몇 가지 약물 (항암제로 쓰이는 fluorouracil 등)같이 세공을 통과 못하는 분자량이 큰 경우 능동 수송으로 막을 투과하게 된다. 능동 수송은 촉진 확산과 같이 수송 매개체를 꼭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약물농도가 특정 지점을 초과하면 투과 속도가 약물 농도에 비례하지 못하게 된다. 촉진 확산과 다른 점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사를 저해하는 대사 저해제, 예를 들면 KCN, NaF 등에 의해 투과가 억제된다.
능동 수송에는 ATPase를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1차성 능동 수송과,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온을 이동시켜 세포막의 전위차를 만들어 이용하는 2차성 능동 수송으로 나뉜다.



수송체와 약물 상호작용

약물의 수송, 특히 촉진 확산과 능동수송에 관여하는 수송체는 ABC 수송체 (ATP binding cassette transporter)와 SLC 수송체 (solute carrier transporter)로 나뉜다.
ABC 수송체는 주로 배설기관과 조직의 방어막에 존재하며, 발현 조직에 따라 붙여지는 이름이 다르다. 예를 들어 ABC 수송체에 속하는 P-glycoprotein은 우리 몸의 이물질을 담즙, 소변 등으로 배출하는 필수적인 방어요소이지만, 항암제를 반복적으로 투여할 때 암세포에서 주로 발현되는 내성인자, 즉 MDR(multi-drug resistance)로 작용하기도 한다. P-glycoprotein은 또 약물의 분포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강심제인 digoxin은 P-glycoprotein에 영향을 받는 약물 중 하나인데, 결핵약인 rifampin (약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P-glycoprotein을 유도함)과 같이 투여되면 digoxin의 혈중 농도가 rifampin을 같이 투여하지 않은 때보다 감소하게 된다. 반대로 P-glycoprotein을 억제하는 약물인 부정맥 치료제 중 하나인 dronedarone을 병용 투여 시 digoxin의 혈중 농도는 증가하게 된다.
SLC 수송체는 OCT (organic cation transporter), OAT (organic anion transporter) 등이 있는데, 많은 약물이 이 수송체를 매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이 쓰이는 위장약인 cimetidine은 OCT를 억제하기 때문에, OCT를 수송체로 삼는 당뇨약 metformin을 병용 투여 시 metformin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약물에 흡수에 관여하는 수송체는 반대로 세포 밖으로 약물을 배출하는 기전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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