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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독서기록】「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셰퍼, 애니 베로스

by 이양이 2023. 7. 14.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39267729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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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07.30 (원작 2008)

독서기간: 23.7.10-11

 

 

한 줄 리뷰: 2차 세계대전 직후의 건지 섬에 놀러 가고 싶다면 이 책을-

 

 

 

2018년 영화로 개봉되었다.

저자는 30년에 걸쳐 이 책을 썼지만,

암으로 인해 마무리는 조카인 애니 베로스가 했다고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이 고안해 낸 그 어떤 장벽도
초월한다는 믿음으로

 

출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서문 - 메리 앤 셰퍼, 애니 베로스

 

 

 

 

제목이 정말 특이하다.

사실 제목만 보고서는 딱히 읽고 싶은 책도 아니었다.

영화화되었다는 홍보문구만 보고 읽었을 뿐..

 

독일군이 점령했던 채널제도의 건지 섬.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몰래 돼지구이를 먹었는데, 통금 시간이 지난 후 집에 돌아가다가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버려 문학회 모임을 하고 있었다고 거짓말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다들 책과 먼 삶을 살아왔지만, 독일군에게 들킬까봐 읽기 시작한 책.

그렇지만 곧 책에 푹 빠져 진짜 독서모임을 열게 된다.

이렇게 제목의 3개 단어 중 2개의 뜻이 밝혀졌다.

나머지 감자껍질파이는 과연 무엇일까?

감자껍질파이는 버터·밀가루·설탕 등 식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대한 만들 수 있는 다과였다.

 

그러니까 제목은 독일군이 점령해버린 건지 섬 주민들의 고통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나름의 노력을 표현한 것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없다고 생각했다.

 

 

 

 

 

특이하게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남의 편지를 훔쳐 읽는 것 같아(ㅎㅎ) 더 재밌게 읽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독일군 점령지'가 배경이라서 슬플 각오를 하고 읽었다.

하지만 각오가 무색하게 (물론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소설이었다.

 

 

희망을 얘기하는 소설.

나 역시 전쟁이 끝없이 이어진다고 느꼈었어요. 아들 이언이 이집트 알알라메인에서 죽었을 때 조문객들이 찾아와 나를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이 "삶은 계속되는 거예요."였어요.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연히 삶은 계속되지 않아요. 계속되는 건 죽음이죠. ······ 죽음에는 끝이 없어요. 하지만 어쩌면 슬픔에는 끝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엄청난 슬픔이 노아의 대홍수처럼 나의 세상을 휩쓸어버렸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벌써 물 위로 솟은 작은 섬들이 있네요. 희망? 행복? 뭐 그런 것들로 부를 수 있겠죠.

1946년 4월 10일, 아멜리아가 줄리엣에게

출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셰퍼, 애니 베로스

 

 

저는 그제야 엘리자베스가 말한 깜짝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습니다. 놀랍고도 멋진 선물이었지요. 담장 위로 보이는 하늘은 마치 불타는 듯했습니다. 낮게 깔린 붉은색, 보라색 구름 아랫면은 어두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구름 모양이 끊임없이 변하면서 하늘을 가로질러 흘러갔습니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그곳에 서있었지요.

수용소 같은 데 갇혀본 적 없는 사람들은 그 일이, 누군가와 함께 그토록 고요한 순간을 보낸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결코 알지 못할 겁니다.

레미가 북클럽 회원들에게

출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셰퍼, 애니 베로스

 

 

 

 

 

 

독일군이 상륙하던 날에도 이 문장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들을 실은 비행기가 연달아 오고 부두에도 배가 쏟아져 들어오는 걸 바라보던 그때 말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빌어먹을 놈들, 빌어먹을 놈들' 하고 속으로 되뇌는 것뿐이었습니다. '밝은 날이 다했으니 이제 어둠을 맞이하리라'라는 문장을 떠올릴 수 있었다면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밖으로 나가 상황에 맞설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심장이 신발 아래로 가라앉듯 축 처져 있을 게 아니라요.

1946년 2월 28일, 에번 램지가 줄리엣에게

출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셰퍼, 애니 베로스

마음에 들었던 구절.

어두운 나날에 막연한 희망 또는 절망만 품을 게 아니라 상황에 맞설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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